어릴 적 도플라밍고의 꿈은 마치 칼날과 같다, 가슴팍을 후벼파 살을 찢어 도려내는 듯한 통증과 같은 감각을 머리로 느껴 식은땀이 젖어 축축해진 손을 쥐었다 피고는 붉게 달아올랐던 시야가 선명해지는 걸 인식했을 때는 이미 걱정스러운 표정의 베르고 가 옆자리에서 투박한 손으로 제 이마를 쓸어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. 익숙한 듯 따뜻한 손길에 그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이 얼마나 웃긴지, 도플라밍고는 저도 모르게 살짝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 살며시 굳은살이 박여 단단한 손에 입을 맞춰 시선을 마주하였다.


“ 괜찮은건가 도피. ”

“ 후후.. 괜한 걱정을 시켰군. ”


늘어지는 비디오 테이프 마냥 이제는 도플라밍고의 꿈 속은 뒤죽박죽이었다. 목이 떨어져 나가 공허하게 빈 아비의 웃는 표정과 다 죽어가 노쇠해가는 어미의 뒤에 숨을 죽여 숨어있는 로시난테의 원망스러운 눈빛이 점 차 다가오는걸 느끼는 절망스러운 꿈속이 그저 과거가 불태워 발겨버릴 정도로 끔찍하다 못해 혐오스러울 정도였다.


“ 잠이 안 오는건가? ”

“ 기분나쁜 꿈을 꿔버렸다. ”

“ 그렇군. ”


베르고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. 무엇하나 물어보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여 순응하듯이 도플라밍고의 말만 얌전히 들으며 손으로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만져주기만 했다. 그 편이 더 좋겠지. 도플라밍고는 그저 그의 손길에 숨소리만 색색 내 뱉어가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.


꿈의 이야기는 달라져있었다. 화려한 만찬 순백의 식탁보가 깔려져있으며 끝도 안 보이는 식탁 위에는 텅 빈 접시들이 즐비하게 늘여져 있었다. 꿈속에서의 도플라밍고 자신은 뭐가 그다지도 좋은지 웃으며 텅 빈 암흑의 공간에서 누군가와 그것도 여러 명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. 이건 꿈인가? 아니, 즐거웠다. 그래 누군가 형체도 보이지 않으며 광적인 식사가 이어졌다. 무언가를 씹어 삼키는 소음 그리고 씹어먹어 흰 식탁보가 갉아 사라졌다.


허술한 나무로 된 식탁은 어지럽게도 기울여졌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을 뜯어먹는 무언가들을 웃으며 그저 우스겟 소리를 잔뜩 늘여두고 있었다. 그래서 말이야. 그래서, 아아. 그렇구나, 넌 마지막 까지 우스운 꼴이구나.


누군가 크게 흔드는 느낌에 눈을 확 떠 올렸다. 온몸 구석구석이 물려 뜯겨버린 것과 같은 감각에 일어나자마자 손톱을 세워 몸을 벅벅 긁어가다 금세 손목을 잡혀 저지 당했다 발버둥을 치며 소리를 지르고 식은땀이 나 소름이 끼쳤다. 몇 분을 그렇게 몸싸움을 이어가다 곧 큰 호통소리에 그제야 크게 숨을 삼켜 눈앞을 바라보자 어지간하게 여전한 베르고 가 이번에도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손목을 긁고 자신도 모르게 능력을 사용했는지 너덜너덜하니 볼품없이 이부자리가 흐트러져 있었으며 베르고는 상처 투성이에 상처투성이에 붉은 핏방울이 맺혀있었다.


“ 잠이 안 오는건가? ”

“ …. 그래, 기분 나쁜 꿈을… 꿔버렸다. ”

“ 그렇군. ”


한 밤중의 침묵은 그리도 오래가지 않았다.


-


베돞... 사랑해..더 러브..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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